키아누 리브스 — 낭만 라이더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울수 있을까요.
ReSeen의 첫번 째, 키아누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1991년 토론토의 어느 봄 날.
한 청년이 그가 가장 아끼는 1974년식 850cc 오토바이 노턴 코맨도에 시동을 겁니다.

가방 안에는 한 권의 시나리오가 들어 있었죠.
제목은 — My Own Private Idaho. 《마이 오운 프라이빗 아이다호》.
거스 반 산트(Gus Van Sant) 감독의 작품으로
줄거리는, 거리에서 몸을 파는 두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이 청년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이 작품이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하기로 결정을 하죠.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자기 말고 한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
그 사람은 바로 리버 피닉스(River Phoenix)였습니다.

당시 리버 피닉스는 21살.
이미 14살에 영화 Stand by Me로 데뷔했고, 17살에 영화 Running on Empty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스타였습니다.
그 시대 가장 빛나는 천재 배우 중 한 명이었죠.

문제는 리버의 매니저였습니다.
매니저 아이리스 버튼(Iris Burton)은 시나리오의 절반쯤을 읽고는 덮어버립니다.

길거리에서 몸을 파는 청년들 이야기는 리버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않으며
리버한테 보여줄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거죠.

물론 리버는 그 시나리오를 보지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 사실을 안 거스 반 산트 감독에게 한 사람이 떠올랐죠.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존윅의 키아누 리브스.

감독은 키아누에게 부탁합니다. 직접 가서, 시나리오를 손에 쥐여줄 수 있겠냐고 말이죠.
키아누는 잠시 생각한 뒤, 가겠다고 답을 합니다.

그가 가야 할 곳은 — 미국 플로리다 남단의 리버 피닉스의 가족 농장.
리버는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1,300마일을 달려 건낸 대본

토론토에서 플로리다 남단까지.직선 거리로 1,300마일. 한국 단위로 환산하면 약 2,090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을 두 번 왕복하고도 다시 한 번 더 가는 거리입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탄 1974년식 노턴 코맨도 850 — Norton Commando
Norton 850 Commando 1973 / Yesterdays Antique Motorcycles, CC BY-SA 3.0 — via Wikimedia Commons

편하게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데
키아누는 차고로 내려가 그가 애정하는 바이크 노턴 코맨도에 시동을 겁니다.

그 1,300마일의 여정을 잠깐 상상해봅니다.
토론토에서 출발하여 미국 국경을 넘으면, 뉴욕주. 펜실베이니아를 지나,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를 지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를 지나, 마침내 플로리다.
즉, 미국 동부의 모든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길이죠.

그 사흘 동안 그는 — 헬멧 한 개, 가죽 재킷 한 벌, 가방 안의 시나리오 한 권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이 달렸습니다.
모텔에서 잠깐 자고, 다시 시동을 걸고, 다시 달렸습니다.
(왜 비행기가 아니라 오토바이였을까 추측해보면,
친구를 만나기 전, 자기 자신이 시나리오에 대해 충분히 답을 내릴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사흘 밤낮 동안 850cc 엔진의 진동을 다리로 느끼며,
그는 ‘왜 이 영화를 해야 하는가’를 자기 몸 안에 새기고 있었던 것이죠)

농장 앞의 두 사람

사흘이 지나, 그는 플로리다 농장 앞에 도착합니다.
먼지투성이 가죽 재킷.헝클어진 머리.거의 하루를 못 잔 얼굴.
리버 피닉스가 문 앞에 서 있었고
키아누는 가방을 열고는 시나리오를 꺼내 마침내 리버의 손에 쥐여줍니다.

산타모니카 대로의 합의

그날 밤, 산타모니카 대로의 차안에서 리버는 말을 하죠.

 “Okay, I’ll do it if you do it. I don’t do it if you won’t.”
(좋아, 너도 한다면 나도 할게. 네가 안 하면 나도 안 해.)

(리버가 ‘예’라고 답한 이유는, 시나리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흘 밤낮을 달려와 시나리오를 손에 쥐여준, 키아누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는 다음 해 만들어집니다. 그 때 나이 21살.
리버 피닉스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습니다.

극 중에서 키아누가 직접 운전하는 그 오토바이는 영화 안에도 그대로 등장하죠.
1991년 봄 토론토에서 플로리다까지 그를 데려간 바로 그 오토바이였습니다.

키아누 리브스의 친구 리버 피닉스 1989 — River Phoenix
River Phoenix, 1989 / Alekassoul, CC BY-SA 4.0 — via Wikimedia Commons

(영화 촬영 시기에, 키아누와 리버는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들판을 달리곤 했습니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두 친구가 노는 좋은 날이었어요.’ 라고 30년 뒤, 인터뷰에서 키아누는 리버피닉스와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 두 청년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 그로부터 정확히 2년 6개월 뒤.
1993년 10월 31일 핼러윈 새벽.
리버 피닉스는 할리우드의 한 클럽 앞 인도에서 23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여기서부터 — 키아누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